학식 먹으러 달리다가 계단에서 굴렀다. 분명 그랬었는데. 난 TL 소설 속 악명이 자자한 마법사가 되고 말았다. 악역에 빙의한 것만으로도 서럽건만, 남자들이 날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다. 난 이런 걸 바란 적 없어! “날 사랑한다면 묶여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컷은 한 여자를 두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아.” “내가 네 유일한 사람이길 바라.” 어째서인지 내가 피할수록 다들 내게 더 집착한다. “자기, 그래서 나야? 저놈이야?” 다 싫어! 저리 가! 저리 가라고!
고아로 자라며 알바만 죽어라 하다 과로로 죽었다. 죽기 직전 읽던 19금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여주인공의 공작 가문에 입양된 망국의 왕녀이자, 여주인공을 죽이려던 인성파탄 악녀, 아네트 에셀레드에게 빙의했다. 공작가의 부유한 생활을 영위할 생각에 행복함도 잠시, 원작 아네트의 악행에 대한 원죄로 땡전 한 푼 없이 쫒겨났다! 포기하긴 이르다. 알바로 다져진 생존력으로 신전에 하녀알바로 취직했다. “이번 생엔, 돈 많이 벌어서 잘생긴 남자와 연애하자! ...그나저나 여기 남자들은 정상이 없어?!”
소설 속 남주들과 외딴섬에 갇혀버렸다. 그것도 19금 피폐 소설에 나오는 남주들과 말이다. 하지만 내가 빙의한 마거릿이란 캐릭터는 여주를 시기하여 괴롭히다가 곧 남주들에게 죽을 운명.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일단 남주들에게서 도망가야 하는데... "마거...릿?" 남주 1의 손이 도망치려는 내 발목을 움켜쥐었다. 초장부터 내 계획은 망하고 말았다. *** 치가 떨릴 정도로 날 싫어하던 인간들이 섬에서 함께 지지고 볶는 동안 많이 변했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위험하니까.” “제발 널 돕게 해줘. 네가 어떻게 될까 봐 난 미쳐버리겠어.” “나 좀 봐줘, 응? 나도 좀 봐주면 안 돼?” 여주에게 집착해야 할 미친놈들이 내게 집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저 무사히 살아남고 싶을 뿐인데. 게다가 이 기묘한 열대의 섬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깊은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교통사고로 죽은 후, 19금 피폐 로맨스 소설 속 악녀 '다프네'에 빙의했다. "빙의를 해도 하필 얘라니, 이번 생도 꿀 빨긴 글렀구나…." 그런데 이 삶, 생각보다 달콤하고 즐거운걸?! 지난 생에 먹고살려고 터득한 약초 지식 덕에 대박 사업 아이템을 개발했고, "누나는 우리를 구한 영웅이야!" "언제는 마녀라더니?" "그, 그건 예전이잖아…." 사랑스러운 쌍둥이 사촌 동생들도 생겼다. 어쩌다 보니 과묵하고 서툰 가족들을 펑펑 울리며 엇갈린 가족 관계를 회복시켰으며, 심지어… "맛있는 게 당신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왜 굳이 엄한 걸 먹으려 하세요♡" 작정하고 내게 미인계를 쓰는, 병약하지만 애교 많고 아름다운 사업 파트너마저 생겼다―! (물론 이 순진한 대공이 흑막인 줄 그땐 미처 몰랐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행복지수 200%, 호의호식 악녀 라이프―! <시한부 흑막이 내 파혼을 후원한다>
영웅 안데르트. 스스로를 희생해 대전쟁을 끝마친 위대한 검사. 희대의 영웅 중 한 명. ...이지만 실상은 죽은 남동생의 신분을 사용한 남장 여자.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데. "어?" 죽은 후 4년이 지나서 되살아났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뿐이니 먹고살기 위한 길은 단 하나. 하녀. “어떤 저택에서 일하고 싶으시죠?” “둘이 일하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힘들고 고약한 저택.” “어떤 고용주를 원하시나요?” “고용인을 쥐어짜는 악독한 고용주.” 그래야 일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잘리지도 않거든. “…….” 면접관은 미친X을 감상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곳에서 나는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영웅 안데르트도, 죽은 남동생도 아닌. 하녀 데이지로.
[엠블럼 앞에서 그레이 찾는 소리 해라] 루티나스 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속담에 등장하는 이 두 가문은 온 나라가 알아주는 원수 가문이다. 검술 명가인 두 가문 중 나는 엠블럼 공작가의 금지옥엽, 세르시아 엠블럼으로 환생했다. 전생에 형사로서 구를 대로 구르다가 범죄자의 손에 목숨을 잃은 내게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 처럼 이번 생은 꿀맛 같았다. 하지만....... "시시해지겠네, 너. 너도, 엠블럼도 약해질 거니까." "다시 말해봐, 이 새끼야!" 갓난 아기 때부터 치고 박고 싸우고 경쟁하며 철천지 원수처럼 자라온 그레이 가문의 후계자 에녹과 약혼을 하게 되었다! 두 가문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어머니들의 계략으로 인해! 눈만 마주치면 냅다 주먹과 검이 오고가던 에녹과 약혼이라니, 혀라도 깨물고 싶다는 심정으로 약혼식장에 도착한 나는 예기치 못했던 악연과 조우하고야 말았다. "나 안 보고 싶었어요, 형사님?" "너 설마!" 현생의 원수 에녹 그레이가, 내 전생의 원수였다. 전생의 기억을 자각한 에녹은 답지도 않은 달콤한 목소리와 반쯤 돌아간 눈으로 진짜 내 옆자리를 꿰어차려고 들었고, 에녹의 이 변화는 잠잠하던 내 주변을 점차 변화시켜만 갔다. "그레이 경에게 그대의 마음까지 빼앗기려고 여태 지켜만 봤던 건 아니야." 나의 주군인 황태자부터, "형식상의 약혼이라고 했기에 참았던 겁니다. 단장님께서 그레이 경에게 흔들리는 것까지는 용납 못해요." 평생을 함께해야 할 부관까지 에녹에게 이를 드러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형사님이 그렇게 죽은 뒤에 내가 어떻게 미쳐갔는지. 세르시아, 너는 몰라." 전생의 원수이자 현생의 라이벌인 에녹 그레이. 이 자식이었다.
외전까지 싹싹 긁어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최애 로판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하필 황태자와 약혼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는 한심한 악녀인 공녀로.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원작을 비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가져왔다, 리리!” 며칠 뒤, 이 미친 아빠가 황태자 대신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들고 왔다.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공녀.” 그것도 북부 대공의 실사판까지 달고서. 더 큰 문제는……. 원작 남주인 북부 대공이 작정하고 날 유혹하고 있다. “알고 있어? 그대의 눈이 내 마음을 얼마나 어지럽히는지.“
제국의 수호자, ‘영웅’. 강산이 수없이 변하는 긴긴 시간, 영웅은 늘 황실의 명에 따라 제국을 지켰다. 마땅한 이름은 없었다. 사람들은 영웅이 실존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으므로, 명예도 칭송도 없었다. 영웅은 황실에 목줄 잡힌 개였다. 광룡 봉인을 끝으로 황가에 봉인되어 있던 영웅이 다시 눈을 뜬 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였다. 결혼식장에서, 오늘의 신부인 레일라텐 공작가의 사생아 로샨느의 몸으로. 몸이 바뀌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영웅의 영혼에 귀속된 힘은 그대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영웅도 알지 못했다. “혹시 이거, 내 결혼식이야?” 검과 마수도 없고, 시체도 피도 없다니! 무수히도 많은 죽음을 밟고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누비던 과거와는 달랐다. “세상은, 세상은 이렇게 다채로웠구나…….” 처음 느껴 보는 평화에 감동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저래?” “몰라. 팔려 가는 결혼식 앞두고 미쳤나 봐.” 하녀들이 숨죽여 우는 로샨느를 미친 사람 보듯이 보며 소곤거렸다. 됐고, 일단 팔려 가는 이 결혼식부터 엎자! “오늘 결혼식은 취소야, 공작. 상대는 변태고 나는 변태를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쓴 소설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어그러졌다. 이대로 가면 클로드는 크롬벨 제국을 무너뜨릴 최종 흑막으로 자랄 것이다. 하나뿐인 친구이자, 소설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디엘린에게 한 목숨 같은 약속. “클로드 곁은 내가 지킬게.” 클로드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에단을 좋은 아버지로 만들고, 클로드에게는 햇살 같은 애정을 주며 혼신을 다했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한 탓일까? “언제나 그게 문제였어. 당신에겐 나를 버릴 수 있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나에겐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유모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잖아, 응? ” 암브로시아 공작가의 두 남자 모두 내게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학식 먹으러 달리다가 계단에서 굴렀다. 분명 그랬었는데. 난 TL 소설 속 악명이 자자한 마법사가 되고 말았다. 악역에 빙의한 것만으로도 서럽건만, 남자들이 날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다. 난 이런 걸 바란 적 없어! “날 사랑한다면 묶여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컷은 한 여자를 두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아.” “내가 네 유일한 사람이길 바라.” 어째서인지 내가 피할수록 다들 내게 더 집착한다. “자기, 그래서 나야? 저놈이야?” 다 싫어! 저리 가! 저리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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